희미해져가는 기억을 잡기에도 부족한 찰나를 바라보던 소녀는 눈을 감았다.아, 소녀라기에도 이미 부서진 형체, 그 안에 사무치듯 운행하는 영혼의 놀림 아래로 흐르는 안개는 썩 기분 좋은 감각은 아니었다. 터져나온 빛 속에서 울적함이 얼굴을 감싸도, 썩어들어간 눈물샘에서 더 흐를 무엇이라도 있으랴,계속해서 반복된다, 변하는가? 더욱 사무치자. 이건 고통일까? 쓰라린 가슴에 혼란스러울 여유조차 없다.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는 환상의 희미한 목소리에게 쉴 새 조차 주지 못하고, 훨훨 날아오른 새가 머리 위를 도는 양, 자꾸만 씹히는 아쉬운 기억은 마치 손에 쥔 모래처럼 사르르 놓쳐버리고 만다. 점점 편안해질거야, 몽롱해지는 정신에 떠오르는 내 목소리일까? 순간 빛이 사라지고, 새파란 들판이 펼쳐진다. 봄 내음 ..